*스포일러 주의방황하는 칼날 - 히가시노 게이고
방황하는 칼날은 '소년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어리다는 이유 하나로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갱생'이라는 이름 아래 가벼운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미성년자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상처받고 복수를 생각하게 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공범자로 '법'을 지목한다. 딸을 잃고 복수심에 사로잡힌 나가미네, 도주하는 성폭행범,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들, 성폭행범의 친구, 사고로 아들을 잃은 여자, 나가미네에게 범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의 아버지...당신은 그의 복수에 동의할 수 있는가?
-알라딘 책 소개
정의라는 이름으로 법은 사람의 상처를 외면해도 되는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하기는 했지만, 추리소설 외에도 '비밀', '레몬(원제 '分身')'같은 다양한 방면의 소설들을 써내는 작가입니다. '방황하는 칼날'역시 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뉴스입니다만, 미성년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성폭행사건의 10건 중 3건 정도는 미성년자들에 의해 일어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대부분은 경미한 처벌을 받거나, 때로는 아예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나기도 합니다. 오히려 가해자들은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니는데, 피해자들이 잘못한 마냥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이 성폭행 사건의 대부분입니다.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이러한 세태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성년자들은 아직 미성숙한 판단력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경우 경미한 처벌이 내려지고 신분정보는 보호됩니다. 그러나, 이런 법에 의해 보호받는 미성년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성년자들의 권리보호와 갱생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이제는 도리어 이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형편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나가미네는 결국 딸을 성폭행한 뒤 죽인 범인들에게 개인적인 복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사람의 인생은 따지고 보면 빛의 스펙트럼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빛의 스펙트럼이 딱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빨간색, 노란색이라고 집어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람의 인생도 어디서부터는 아이, 어디서부터는 어른이라고 정확히 이야기할 수 없지요. 다만 그것을 가르는 것은 결국 법에서 임의로 정해진 성년의 나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숫자 하나가 처벌의 경중을 결정할 수도 있는거죠. 만약 생일이 6월 17일이고 이 날을 지냐면 성인이 되는데, 6월 18일에 범죄를 저지르면 성인이기 때문에 엄격한 심판을 받지만 6월 16일에 범죄를 저지르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경감된 처벌을 받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단지 이틀 차이지만 그 책임는 현저히 다르죠. 법의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법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법은 사회적 정의와 합치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법이 심정적으로는 옳다고 생각되는 행동의 실현을 방해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지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 복수가 옳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현대 사회는 함무라비 법전이 적용되는 사회가 아니기에, 살인에 살인으로 복수하는 것은 불법이자 또 하나의 흉악한 범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제목인 '방황하는 칼날'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됩니다. 딸의 복수와 법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가미네, 그러한 나가미네의 처지를 이해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그의 살인을 막고싶어하는 와카네, 옳다고 생각되지 않는 법을 위해 나가미네를 저지해야 하는 경찰들의 고뇌.... 사회정의를 지키기 위한 '칼날'인 '법'이 가해자의 권리를 중시한 나머지 피해자의 고통은 무시하고 마는, 모순된 상황인 것입니다.
소설은 결국 최악이자 최선의 형태로 끝나게 됩니다. [개인적인 복수라는 내용에서 보면 틀림없는 최악입니다. 결국 나가미네는 가이지를 죽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와카코는 나가미네를 말리려다가 오히려 허무한 죽음을 당하게 만들고, 형사 오리베는 나가미네를 총으로 쏜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는지 의문을 품습니다. 거기에 사건 담당자인 히사쓰카는 시내 총격의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내기까지 합니다. 정작 성폭행 가해자이자, 살인 용의자이기도 한 가이지는 아마도 소년원을 나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사회로 나오게 되겠지요. 하지만 법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아마도 최선인 형태로 막을 내리게 된 겁니다.](일단 가려놓습니다)
현대 사회는 개인적인 복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법은 과연 정의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횡설수설은 여전하고...
해한가도 그렇고, 요즘 읽은 책들마다 무거운 주제(내지는 소재)를 담고 있어 좀 울적하달까.
다음 권은, 마찬가지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숙명'입니다.
또 어떤 사건으로 절 우울하게 해줄지 매우 기대 되는군요[...]



덧글
우사미 2008/09/02 02:52 # 답글
<숙명>은 소재가 조금 무겁기는 하지만, 결말은 생각보다 산뜻하더라고요 :)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대부분 독자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좀 생각해봐야 되지 않겠냐?" 하는 느낌이라 가볍게 읽어치우기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요 ^^
C×C×B 2008/09/02 08:38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52&articleid=2008090121335783323&newssetid=1270이런 일도 있고 말입니다...소설을 읽고 난 뒤에 이런 기사를 접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Ba
아키라 2008/09/02 07:53 # 답글
나이먹으면서(그리 많이 먹은것도 아니지만;) 왠지 찾게되는건 가볍고 웃을 수 있는 소설 뿐이더군요.삶도 무거운데 무슨 어두운소설[..]
C×C×B 2008/09/02 08:39 #
저는 아직 세상의 어두운 일을 많이 겪지 못했나 봅니다^^;; 친구녀석들도 가끔 저희집에 오면 밝은 내용의 책좀 읽으라고 투덜거리죠;; 그래도 만화책은 아리아같은거 읽지 말입니다[...] -Ba
이뿐하암™ 2008/09/02 08:15 # 답글
전 방금 <백야행> 포스팅을 하고 왔는데 밑에 이렇게 <방황하는 칼날> 포스팅이 있을줄이야...^^<방황하는 칼날>을 보면서 막 욕할것 같은 기분이었는데,,ㅎㅎ
C×C×B 2008/09/02 08:43 #
백야행은 아직 읽어보지를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책값이 조금 부담스러워서;; <<이러면서 잘도 몇 만원씩 지르는 인간-_숙명도 다 읽고 나면, 조만간 보게 될 것 같네요 -Ba
자속-2대- 2008/09/02 09:34 # 답글
흠,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소재인거 같군요. 흥미가 생기네요.
Bananajune 2008/09/05 20:04 # 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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